놀이치료를 하며 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 감정을 공감해주면, 그 행동까지 허용하는 것처럼 될까 봐 걱정돼요.” 여기에는 중요한 오해가 숨어 있습니다. 공감(Empathy) 과 허용(Permission)은 전혀 다르며, 아이의 정서 발달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공감은 “느낌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아이의 감정에 이해를 보내는 행위입니다. “네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이가 분노하며 장난감을 던졌다면, “너 지금 속상하고 화가 났구나.” “블럭이 무너져서 너무 답답했지.” 라고 감정을 언어화해주는 것이 공감입니다. 여기에는 행동의 옳고 그름 판단이 없습니다. 오로지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아이의 뇌는 비로소 안정되고 다음 단계(규칙·문제해결)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반면 허용은 아이의 감정 속에서 나온 행동까지 괜찮다고 하는 것입니다. “던져도 돼.” “때려도 돼.” “소리 질러도 괜찮아.”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허용은 아이에게 경계가 없고, 행동이 통제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주며, 이는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무질서를 학습하게 합니다. 따라서 공감=감정 인정, 허용=행동 허락이라는 구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부모의 반응은 아동중심이론에서 말하는 아래와 같은 3단계 형태입니다. 1단계 감정 공감하기 “너 화났구나. 속상한 마음이 커서 힘들었지.” 2단계 행동에 경계 세우기 “그러나 던지는 건 위험해서 안 돼.” 3단계 대안 제시하기 “화나면 말로 알려주거나 ‘저리 가’라고 말할 수 있어.” “여기 이 베개를 세게 눌러볼까?”입니다. 이 3단계가 순차적으로 아이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너의 감정은 괜찮지만, 행동은 안전하게 해야 해.”
이런 단계적인 제한으로 아이의 감정은 부정되지 않고 안전하게 표현되고, 행동은 사회적 규칙 안에서 배우게 됩니다.
행동문제는 많은 자녀의 부모는 부모가 공감하면 아이가 버릇없어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공감받은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분노가 빨리 가라앉고, 규칙을 더 잘 따르고 자기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성장합니다. 공감이 부족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무시된다 느끼고 더 크게 울거나 화를 내며 행동을 통해서라도 감정을 인정받으려 합니다.
공감은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정서적 기반이고, 허용은 행동을 통제 없이 풀어주는 경계 붕괴입니다. 아이의 마음은 받아주되 행동에는 안전한 한계를 세우는 것. 이 균형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가장 큰 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