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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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0-29 18:13 조회1,019회 댓글0건본문
상담사 | 분당센터 방미경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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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
대상 | 부모 |
기타 |
엄마의 마음가짐
헬로스마일 분당센터 방미경 선생님 칼럼
잠자리에 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엄마 마음이 바쁘다. 이미 오늘 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방전된 지 오래 전이다. 시계바늘을 계속 확인하며 재촉하는 엄마 마음은 몰라주고 미적거리는 아이들을 향해 결국 짜증이 폭발한다. 때때로 서로 쿵짝이 맞아 웃는 얼굴로 잠자리에 들 때도 왕왕 있으나 엄마 마음은 그날도 시계 초침과 같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어렵사리 아이들을 재우고 세상이 조용한 그 순간, 하루 중 가장 예쁜 모습으로 잠든 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곳에 묵직하고 불편한 무게가 느껴진다. 졸려서 떼쓰는 아이를 좀 더 달래주지 못해서 일까, 수학공부를 시키며 집중하지 않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큰소리로 싸워대는 아이들에게 더 큰소리로 혼을 내서 그런 걸까. 이유를 찾다보면 가뜩이나 심난한 마음이 갈 길을 잃는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많은 매질을 하고,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험한 말을 수없이 했던가. 그 더럽고 냄새 나는 마음이 너무 죄스러워 엄마는 작아지고, 아프고, 미안하다. 이것이 엄마의 죄책감이다. 죄책감이라는 무게는 참으로 무겁고 모양새는 뾰족하고 날카로워 엄마마음을 짓누르고 쉽게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죄책감이 없는 엄마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몇 해 전, 둘째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있었던 일이다. ‘놀이치료사’라는 엄마의 직업에 호기심을 보여 저학년 아이 시선에 맞춰 설명한다는 것이 그만 아이에겐 엄마가 다른 아이와 놀기 위해 출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 눈을 흘기며 자신과도 놀아달라고 따지고 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가슴이 뜨끔했으나 그간 틈틈이 온 정성을 다해 놀이한 것은 기억도 못하는 아이에게 나 또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파김치가 되어 퇴근한 내게 ‘엄마, 나랑 놀자!’라며 방긋 웃는 모습이 세상에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 적인 있었으나 태연히 속마음을 숨기며 힘껏 놀이했던 그때를 기억도 못하는 내 딸아이. 그런데 이 순간 내가 느낀 섭섭함은 부지불식간에 죄책감이라는 무게로 내 마음을 찌르기 시작했다. 참으로 날카로워 아리다. 이 어찌 나만 느끼는 고통이랴. 익숙한 듯 마음 안에 자리 잡은 이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때론 엄마에게 자극을 주고 자기반성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나, 엄마 마음을 쉽사리 압도하여 지치고 우울하게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엄마의 마음가짐이 죄책감의 무게를 덜 수 있을까. 어떻게 마음가짐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양육죄책감은 엄마 자신이 설정해 놓은 기준에 양육방식이나 양육행동이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발생되는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 수치심 등의 감정을 말한다. 이 무게를 줄이려면 우선 엄마는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내려놔야 한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엄마 또한 불완전한 존재이며 로봇이 아니다. 때론 지치고, 짜증도 나며, 아이 앞에서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마 역할의 기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나와 거리가 멀수록 좌절하게 된다. 평소 애처가로 소문난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에서 아내에게 선물한 집채만 한 꽃다발을 보면 괜히 옆에 있는 남편이 미워진다.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쉬웠어요.’라는 합격생의 후기를 본 후 뺄셈도 제대로 못하는 내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이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게 되면 마음이 괴롭다. 내가 그려놓은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에 거리가 있을수록 엄마의 정서는 혼란스럽고 위축되어 영락없이 죄책감의 칼날에 또다시 마음이 베이고 만다. 때문에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양심의 가책과 후회를 줄여야 한다. 상담 현장에서 만나 뵙는 어머님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양육죄책감으로 인해 아파하는 분들이 참 많다. 잘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실수는 반복되고, 자신의 실수가 용납이 안 되어 괴롭다. 이때 어머님들께 드리는 처방으로 어제의 실수는 되도록 빨리 잊고, 다시 새롭게 오늘을 시작하기를 말씀드린다. 그리고 엄마의 기준은 낮추도록 한다. 내일이란 기회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온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못난 오늘이 있으면 어떤가, 조금 덜 못난 모습으로 내일을 살면 되지 않는가. 참으로 신기하게도 아이는 무조건적으로 엄마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엄마의 실수도 쉽사리 잊어준다. 엄마의 죄책감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보고 웃어주자.
엄마는 스스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어야 한다. 아이를 양육하다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엄마 마음이 지치기 일쑤다. 아이를 좀 더 잘 키우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좌절감 때문일 수도 있고, 직장맘이다 보니 아이와 마음 편히 놀아 줄 여유가 되지 못한 부담감 때문일 수도 있다. 사정상 부모가 아닌 타인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고, 친정엄마로부터 답습하고 싶지 않았던 모습으로 내 아이를 양육할 때 느끼는 수치심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때 느끼는 감정은 이내 죄책감이 되어 날 괴롭힌다. 아이에게 미안하여 마음을 다잡고 잘하려 애쓰다 보니 무작정 허용범위가 넓어졌다가, 또 안 되겠다 싶어 지나치게 무서운 태도로 돌변하여 아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와 엄마가 모두 지쳐있다면 전문적인 상담기관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받기를 권해드린다. 허나 이보다 먼저 엄마의 마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 엄마는 육체적, 심적인 쉼을 틈틈이 가져야 한다. 엄마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 하루 15분만이라도 오롯이 자신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의 전화 통화 등이 엄마에게 위로와 쉼을 제공하여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때론 남편의 지지와 지원을 부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정상 이도 힘들면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스스로 쓰다듬어 주자. ‘OO아, 힘들었지?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자신을 격려해주자.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는 엄마역할을 해낸 오늘 하루, 스스로 격려해주고 새로운 내일을 살아갈 힘을 받자.
소소한 일들에 감사하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를 엄마는 가만히 바라본다. 문득 엄마의 시선을 느낀 아이는 ‘엄마, 왜?’라고 묻는다. ‘아니, 그냥.. OO가 예뻐서..’라고 얼버무리며 미소 짓는다. 아이는 하던 것을 내버려두고 냉큼 다가와 엄마 품에 꼭 안긴다. 문득 아이가 어디 아픈데 없이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할 때가 있다. 감사는 곧 내 마음에 작은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 감사할 일이 있어 감사한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자세로 감사거리를 찾으면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감사하려는 의지가 엄마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다. 몇 가지 안 되는 반찬인데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 있어 감사, 빨랫감을 바짝 말릴 수 있는 맑은 날씨에 감사, 어제보다 일찍 잠들어준 아이들에게도 감사. 소소한 일에 감사하면 어느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세상에 어느 부모도 자기 자녀에게 나쁜 딸 혹은 좋은 딸이라고 칭하지 않듯,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도 없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수식어를 붙여 ‘형편없는 엄마’, ‘부족한 엄마’라고 스스로 평가절하 했던 마음가짐에 변화가 필요하다. 무거운 멍에를 벗어버리고 죄책감으로부터 좀 더 자유해지자.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결국 아이와 함께 엄마인 나도 성장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한다. 어제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되 빨리 잊자. 과거는 되돌릴 수 없으나 새로운 오늘은 내게 다시 기회를 준다. 새로운 ‘엄마의 마음가짐’으로 희망찬 오늘을 살기로 하자.
※참고문헌
- 놀이치료에서의 부모상담, 『시그마프레스』
- 영아기 자녀를 둔 어머니의 양육죄책감에 대한 남편의 협력 및 어린이집 만족도의 영향, 『한국가정관리학회지. 35(4), 2017.12, 141-155』